인터뷰_넷아트에 대해

Vimalaki.net Cover, 2000

메일에서 밝힌 바대로, 이 인터뷰는 한국 뉴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넷아트 활동을 전개해왔고 한국 넷아트의 독특성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그 외에 일반적인 질문은 넷아트에 대한 아티스트 개인의 시각을 살펴보기 위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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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재운 님 작품의 작품들은 소재나 형식 면에서 매우 독특하게 보입니다. 특히, 외국 운동선수들의 사진에서 횡단하는 별이 있는 작품들부터, 북한 무기 공장을 촬영한 위성사진의 진행, 그 외 시사성 있는 작품들은 스냅사진의 정적인 이동과 함께 경쾌한 혹은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외 최근의 작품은 게시되지 않아서 궁금합니다만, 이런 작품을 제작하시는 데는 노재운 님께서 보시는 넷아트의 의미가 반영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님께서 넷아트를 제작하시게 된 동기와 넷아트에 대한 견해, 그리고 작품의 의미에 대해 여쭈어 보고 싶습니다.

1.1. 먼저, 넷아트 작품을 하시게 된 동기와 배경에 대해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학교를 졸업하고 마땅히 할만한게 없었습니다. 기존의 미술언어는 잘 적응이 안되었습니다. 인터넷은 아직 초고속은 보급되지 않은 상용화의 초기단계였지만 몇몇 민감한 젊은이들은 홈페이지등으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도 그 중한 사람이었죠. 제가 영화를 무척 좋아했고, 또 몇 년 동안 단편영화를 만든 경험도 있었기 때문에 그런 과정속에서 자연스럽게 인터넷과 결합한 작업들을 구상하게 되었고 실천에 옮기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영화들을 꿈꾸었다고 할까요? 

1.2. 넷아트에 대한 본인의 견해도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많이 생각해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매체론적 사고로 인터넷을 환원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은 있습니다. 그럴경우, 기존의 매체가 부딪혔던 벽에 부딪히게 될 테니까요. 웹아트든, 넷아트든 이 매체의 가장 중요하고 자유로운 점은 설명하고 정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또 어쩌면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매체가 아니라 환경이고 또 그것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계속 발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에 대해 항상 유연한 긴장을 만들어내면서 적절히 변화할 수 있는 상태로 존재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1.3. 시사적인 내용이 들어있는 작품들 중에서 북한에 관련된 소재가 많은데요, 그 작업들을 하시게 된 동기와 작업과정을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시사적이다라는 것은 단지 표면적인 것이고요.. 본다는 것, 안다는 것.. 등에 대한 생각을 진척시키다 보면 항상 마지막단계에 북한이 출현합니다. 그것은 '추상적으로 아는 영역'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모르는 영역'에 속합니다. 여기에 복잡한 시선의 정치, 전도된 내러티브와 기억, 오해와 조작등의 문제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없이 존재하고 있고 또 우리의 의식과 일상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런것들을 가장 단순한 형태로 가시화시키면서 단순한 시사나 정보를 어떤 사유의 상태로 제시하는것..그런것에 관심이 있죠. 

1.4. 운동선수에 대한 두 작품 <폴란드의 영웅, Agata Wrobel>, <카메룬의 영웅, Patric Umboma>의 제작 의도와 작품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언젠가 카메룬이나, 폴란드 사람들이 그 작업을 보고 즐거워 해 줬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습니다. 그들의 공통점은 한국선수들과 겨룬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선수를 응원했던 많은 한국 사람들은 그들을 아마 잊어버렸거나 희미하게 기억하게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들 또한 응원했고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이 작업을 보는 사람들 또한 그들을 잊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 시리즈는 계속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국제연대에 대한 하나의 즐거운 매뉴얼이기도 합니다.. ^^;;

1.5. 현재 인터넷으로 관람할 수 없는 작품 중, 'Sequence on the net'에 대해 같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기존 영화의 특정 시퀀스들을 나름대로 가공해서 인터넷으로 번안하는 작업입니다. 가장 먼저 구상한 작업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아직 실현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인터넷 환경이 더 좋아질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2. 일반적으로, 넷 아트는 보편적인 디지털 영상언어를 사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개별 넷 프로젝트를 보면 특정 사회 혹은 문화적 맥락을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도 사실입니다. 

2.1. 노재운님께서 정적인 이미지의 흐름을 일관되게 사용하시는 이유는 무엇인지요?

약간 유머스럽게 말한다면 유저가 이미지를 보는게 아니라, 이미지가 유저를 보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싶어서 입니다. 혹은 이미지와 내러티브, 또 유저나 저의 의식이 뒤엉기는 하나의 지대(Zone) 을 만드는 것이죠. 

2.2. 노재운 님의 작품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사회적 배경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요?

한국을 생각해보십시요. 지구상에 이런 곳이 있을까요? 모든 것이 다시 건설되고 있는 곳이에요. 또 분단 상황은 무엇을 하든 항상 긴장상태를 만들어낼수 밖에 없지요. 예술가들이 뭔가를 하기엔 정말 좋은 곳입니다. 20세기초의 파리나 혁명직후의 러시아같은 분위기가 있다고 생각하죠. 혼자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2.3. 다른 한국 작가들의 넷 작품에서도 노재운 님의 작품과 비슷한 문화적/ 사회적 배경을 볼 수 있으셨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넷아트라고 할 만한 것들 중에는 없는거 같습니다. 인터넷 환경은 굉장히 풍요로운 곳이지만 반대로 인터넷으로 뭔가를 생산하는 것은(경제적인거 말고) 정말 빈곤한거 같습니다. 오히려 기존의 예술이나, '아트' 라고 불리지 않는 다른 영역들에서 뭔가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거 같습니다. 미래에 그런것들과 제 작업이 서로 커뮤니케이션 되는 순간이 온다면 좋겠습니다.

2.4. 'DMZ on the web'이라는 작품에 참여하실 때, 동료 작가 분들과 공유하신 문제 의식은 무엇이고, 웹이라는 매체를 통해 전시를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요?

저는 한국에 살았지만, DMZ 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이 작업을 하면서 방문도 하였고 작업을 위한 리서치 과정에서 어떤 충격도 받았습니다. 문제의식보다는 현실에 대한 어떤 생생한 감각이 살아났다고 할까요? 이건 저희 세대에선 아주 희귀한 것이죠. 거의 무감각하잖아요. 작업은 부차적이고 웹이든 아니면 다른 어떤 것으로든 해도 되는 것이죠. 그 감각이 저한테 왔다는 것이 소중한 경험이었고 아마 다른 사람한테도 그럴 것입니다. 

2.5. 노재운 님께서 한국 넷아트의 지역성에 의미를 부여하신다면 그것은 무엇인지요.

이건 생각해 보지 않았습니다. 잘 모르겠네요.


3. 지금까지 활동하시면서, 노재운 님께서는 외국 아티스트들과 연락을 하거나 외국 비엔날레 등에 참여해 보셨을 겁니다. 아래는 그 경험에 대한 질문들입니다.

3.1. 영미 권 작가들의 관심사나 작품의 테마 등을 볼 때, 한국 작가들과는 다른 점을 느끼셨다면 어떤 것들이 있는지요? 

이제, 그 나라 특유의 정치적 상황이나 이슈를 제시하는 것 말고는 거의 비슷비슷해 졌습니다. 물론 작품의 스케일이나 완성도 면에서는 각자 차이가 있겠지만 저는 그런것으로 미술을 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물량공세와 스펙타클로 승부하는 작업들이 유독 비엔날레에 많은것에 회의적입니다. 

3.2. 동북아 지역의 작가들과 접촉하시거나 그 지역의 비엔날레 등에 참여하셨을 때, 한국 작가들이나 한국에서 열리는 비엔날레와 상이점을 느끼셨다면 어떤 것들인 지요? 

(경험이 없어서 할 대답이 ..)

3.3. 서구와 비서구(특히, 한국) 비엔날레를 비교할 때,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이것도..)


4. 기본적으로 네트워크에 존재하는 넷 아트 작품들은, 넷 아티스트들은 상호작용성(interactivity)과 유저와 작품 간의 소통에 신경쓰게 됩니다.

4.1. 이런 맥락에서 노재운 님께서는 자신의 작품에서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시는 지요? 중요하게 여기신다면/ 그렇지 않다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상호작용성은 물리적으로 해석되면 안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런것은 컴덱스 같은 최신 기술 박람회에 가면 완벽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의미에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많은 넷아트라고 하는 것들에 저는 별 흥미가 없거든요. 손가락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것도 귀찮죠. 어쨌든 예술이 물리적으로 기술을 모방하면 시시해질 거 같습니다. 소통을 위한 어떤 지대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넓으며 개방적일수록 우리는 어떤 수준에서건 인터렉티브하는 거겠죠.

4.2. 일반적으로 상호작용성이 넷 아트에 있어 핵심적인 것이라 생각하신다면,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결국 넷아트에서의 상호작용성이란 하나의 허구이며 신화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건 넷아트와 별 관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있다면 수단의 일부이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될거 같습니다. 


5. 현재 인터넷을 통한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은 전세계적인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이버 스페이스가 서로 다른 언어를 경계로 구획지어져 있고, 단일 언어 사용 유저는 다른 언어에 기반한 웹에 접근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또, 넷아트의 유저의 경우, 교육 수준과 사회 계층 등의 조건들로 한정이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즉,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나 글로벌 아트가 꼭 균등한 의미에서의 글로벌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5.1. 노재운 님께서는 본인의 넷 아트 작품의 대상관객을 어떻게 규정하시는 지요?

저의 작업은 주로 음악과 이미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음악과 이미지는 누구나 즐길 수 있지 않겠어요? 

5.2. 노재운 님의 작품에 피드백을 보내오는 유저가 있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어떤 반응이며, 그 반응들을 작품 구상에 고려하시는 지요?

가끔씩. 외국에서도 오고 그러더군요. 그렇지만 뭐 메일정도 보내거나 묵묵부답이거나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건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그러진 않더군요

5.3. 유저들의 응답에서 그들의 국적이나 지역성을 느끼신 적이 있으신지요? 느끼셨다면 어떤 요소들이 그런 느낌을 갖게 하는지요? 

제 작업엔 분명히 한국의 여러 상황에서 출발한 것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것, 이해하고 싶은 것이 많을 것입니다. 그런 정도겠지만, 작업을 통해 서로가 사는 곳의 구체적 현실들을 이해하고 나누는 것은 좋은 일이죠.


6. 예술기관 혹은 외부 단체의 지원은 여전히 넷 아티스트들에게도 중요한 듯 보입니다. 이는 그 기관들이 작가들의 작품 기획이나 내용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뜻일 겁니다.

6.1. 노재운 님께서는 주로 어떤 단체(지역이나 국제 예술 기관/ 산업체/ 정부)로부터 넷 아트 활동 지원을 받으시는 지요? 

문예진흥원이라는 곳에서 오프라인 기획전을 위한 작업제작비등의 명목으로 한 두번 지원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외에는 전무합니다. 사실, 넷아트는 이곳에서 아무런 공식적인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분야입니다. 

6.2. 활동 지원을 받은 기관 혹은 단체들이 작품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시는지요? 만약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


7. 한국의 넷아트 작가들을 위한 문화 조건은 긍정적, 부정적이든 다른 나라들과 많이 틀릴 겁니다.

7.1. 노재운 님께서 넷 아트 활동을 시작하실 때의 한국 상황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첫번째 질문과 중복되는 대답이 될 거 같습니다. 초고속인터넷이 보급되기 바로 전이었고, 이 새로운 매체가 감수성이 예민한 젊은이들을 끌어당기고 있었습니다. 더 이상 뭔가를 하기 위해 외국에서 모델을 구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 생긴 것입니다. 아주 창조적인 여건이 유사이래 최초로 마련되었지요. 물론 그 이후로 기술은 더 발달하고 있지만 그 여건이 지속되고 있는지는 의문. 

7.2. 그 때와 비교해서 넷 아트 활동을 위한 환경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요?

오히려 안좋아졌습니다. 창조력이 풍부하고 감수성 예민하던 그 사람들은 초고속이 보급되자 죄다 사라졌습니다. 뭔가 화려하고 시끌벅적하지만 항상 그랬듯 의미있는 것들은 극소수입니다. 

7.3. 넷 아티스트를 위한 한국의 디지털 문화 환경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말슴해 주시겠습니까?

디지털을 아날로그적 마인드로 사용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지난 세계를 오히려 강화하는것에 불과합니다. 디지털이라는 말이 상징하는 어떤 해방적의미들..그런것들을 실현할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모릅니다. 그건 넷 아티스트에게만 국한될 문제는 아닐것입니다. 

7.4. 블라인드 사운드의 워크샵 참가자 중에서 그 후 넷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작가는 드문 것 같습니다. 그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 지요? 

초기엔 기술에 대한 호기심으로 뭔가를 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위를 섬세히 관찰하면서 스스로 말할 무언가를 많이 만들어야 합니다. 기술이 그걸 대신해주진 않습니다. 결국 작업이 지속되지 않는다는 건 할 말이 없어서라고 볼 수 밖에 없겠네요. 

7.5. 한국의 넷아트에 대한 개인적 비젼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넷아트는 어떤 한정적 의미로 쓰여서는 곤란할거 같습니다(이점에서 넷아트라는 말에도 회의적, 너무 지난 예술들의 순수주의적 관점을 생각하게 하니까). 그럴경우 그것은 빈곤에 이를 수 밖에 없고 결국 사라질 것입니다. 인터넷 환경이라는 것 또한 단지 디지털이라는 것으로 대상화될 수 있을 만큼 협소하지도 않고요. 차라리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우리가 예술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접근 경로와 심리적 장벽들을 무너뜨리는데 인터넷을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그때는 넷상에 존재하든, 오프라인의 특정 공간에 존재하든 개념상의 의미부여는 단지 한시적일뿐 근본적인 의미에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예술들이 도래하겠죠.


with 전주영(Master of Arts and Media with Honour Griffith University)

* 2003~4년경 진행된 인터뷰입니다.